왜 교통수단과 숙소가 좋아야 여독이 생기지 않는지를 여실히 느끼며 약간의 피로를 푼 뒤 관광을 하러 나섰다. 외국에 나갈 때면 가서 뭐할지에 대해 상상이라도 하게되는데 도통 이 곳은 뭘 해야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지인에게 물어봐도
"올드 타운이 전부야"
라는 허무한 답변만 돌아온다. '올드타운이 엄청나게 좋아서 이렇게 말하는건가?'라는 착각도 잠시 했지만 조금 돌아보는데 여기저기서 공사를 해서 '워낙 외세에 공격을 많이 받아서 유적이 다 파괴되었나보다'라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물론 시간에 쫓기던 나 혼자의 생각이고 실제로 이 지역의 건축물들은 중세시대에 지어진 것들이 많아 갑자기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확실히 올드타운은 작다. 솔직히 반나절이면 다 보고 나머지 시간에 뭘해야할지 고민될 정도로 작은 지역이라 결국 생각한 것이 '그럼 여기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볼 수 있도록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두면서 지내야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마저도 이태원같은 이 올드타운에서는 호스텔로 유명한 집은 에스토니아 사람이 아니라 핀란드나 그 외 국가 사람들일 정도로 에스토니아 사람 만나기조차 힘들어 쉽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해야 에스토니아를 느낄 수 있을까? 정말 이태원에서 서울 구경하는 기분이다.


부수지마!! 내가 본 뒤에 부숴 ㅠㅠ

마치 공사 안하는 것처럼 보이게 찍기


저 멀리 보이는 것이 탈린 타운 홀의 탑이다



'동화 속의 마을'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 탈린의 올드 타운. 올드 타운 여행의 시작점인 타운 홀(시청)로 가는 길은 그 말이 전혀 아깝지 않게 아름다웠다. 중세시대 건물들로 구성되고 보존도 강력한 법과 함께 하고 있는 올드타운에서는 정말 모든 사람들이 동화 속에 들어온 캐릭터처럼 재밌고 신나게 걷는다. 이 길은 어린아이도 노인도 상관없이 모두가 판타지를 꿈꾸고 어릴 때 듣던 동화로 갈 수 있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탈린 타운 홀(구 시청사), 사진을 찍을 때 왜곡이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것 역시 중세시대(1400년대) 건물이다.

탈린의 도시 인장. 유럽이나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에겐 없는 도시의 인장은 볼 수록 재미있다.


타운 홀 안에도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기간이 제한적이고 또한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도착을 했을 때 탈린은 '책의 날' 혹은 '독서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래서인지 길에 작가로 보이는 사람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트는 곳도 있었으나 대다수가 관광객인 이 곳에선 전혀 의미가 없는 날이었다.
구 시청사 앞의 광장은 이렇게 행사가 열린다던가 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지금은 시장이 아니라 레스토랑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돈이 넉넉하고 에스토니아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타운 홀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면 된다. 오랜 역사와 유명세를 타는 올데한자같은 레스토랑은 모두 여기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견과류를 볶아서 판다. 위는 올데한자에서 파는 가판. 전통적인 것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옷도 중세시대때 옷을 입고 팔고 서빙한다. 덕분에 더 중세의 판타지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타운 홀의 배수구. 독특한 모양의 용? 뱀?이 물을 뱉어내는 방식이다

성 토마스 풍향계, DSLR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드는 사진 (못찍는 지 실력은 절대 의심안함)
위의 성 토마스(St. Thomas)는 탈린의 수호신인데 이 곳 사람들은 '게으른 토마스'라고 부른다. 워낙에 외세의 침략을 꾸준하게 받아온 나라여서 사람들이 수호신이 전혀 일을 안한다고 화가 난 것이다. 수호신과 그 도시에 사는 사람간의 재미난 에피소드인데 반대로 얼마나 침략을 많이 받아 화가 났으면 수호신을 게으르다 했을까 싶다.
경비
- 탄산수 1.5리터 €1.05
- 아침식사 빵 €1.30
- 기념품 €8
- 니굴리스테(성 니콜라스) 박물관 €5
- 돔 성당 €5
- 물, 맥주, 소시지 €2.33
- 블린 €4.90
총 경비 €27.5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8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