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이에게 놀이기구를 보여주겠다며 거의 전복될 것 같이 좌우로 흔들어대는 뱃사공(보트를 모는 사람도 뱃사공인가?) 덕분에 다이나믹하게 사피섬에 도착했다. 애기가 너무 행복해해서 뭐라하지도 못했다... 한 보트에 우리 팀만 타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같이 탄다. 그런데 그 팀이 나랑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필리핀 애들이었다. 이 때, 배 한 번 같이 탔다고 숙소에서 쉽게 친해져서 같이 투어도 가게 되었다. 사피섬 가는 배에 앉았던 사람들은 모두가 내 기억에 남은 사람들로만 골라서 일부러 앉힌 것 같다. 물론 운전은 지금도 생각하면 토 할 것 같지만.

섬에 들어서면 일단 표를 사야한다. 당연히 배 삯에 입장료가 들어갔을거라 생각했지만 배 따로 입장료 따로다. 입장료는 세금이라서 그런가? 가격은 10링깃으로 비싸지 않다. 참고로 이 입장료는 1일권이며 마누칸섬 포함이다. 따라서 사피섬과 마누칸섬을 하루에 다 돌 예정이라면 개인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번만 내면 된다. 물론 표는 보관을 해야겠죠?

캠핑이 가능한가 보네? 바베큐도 구워주는구나!!! 게다가 싸다!!
드디어 바다에 몸을 좀 담그겠구나하는 기쁜 마음으로 입장을 하고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정말 형용할 수 없이 멋지다. 배를 타고 올 때부터 '정말 영화에 나오는 낙원처럼 만들었네~~'라고 감탄을 했는데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더더욱 멋지다. 저 멀리 코타키나발루가 희미하게 보여서 복잡한 도시에서 떠나온 내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아주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문제는 물이다. 물이 뿌옇다고는 들었지만 이정도로 뿌옇고 산호가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 거기에 한국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긴 성게가 아니라 찔리면 피바다를 보여줄 것 같이 무시무시한 성게가 숨어있다. 그래도 물고기들이 조금은 있어서 스노쿨링은 할 수 있었지만 물고기들이 무슨 스트레스를 그리 받았는지 조금만 기회가 있으면 후다닥 와서 깨물고 도망간다. 낙원같은 육지와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도는 바다다. 그렇다고 못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솔직히 물고기랑 성게는 완전 무시해도 된다.



물놀이 몇 번 하고 쉬는데 아시아인과 백인이 바다에서 쉬는 방법이 다른게 너무 재미있다. 모든 아시아인들은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쉬는데 모든 백인들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모래사장 위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썬탠을 한다. 혼자 그 광경을 보면서 양쪽 사람들의 머리 위에 풍선을 만들고는 '어이 백인들 그러다가 자네 피부암 걸린다고. 적당히 해.'라고 쓰고 '아니 동양인들아 이 좋은 날에 왜 거기에 있는거야. 그늘은 집에도 충분히 있다고' 라고 쓰면서 혼자만의 상상놀이를 하고 있었다. 혼자 사피섬에 오니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할게 이런 것 밖에 없다.

물놀이 Ver. 아시아인

물놀이 Ver. 백인
여기와서 한 시간까지는 즐거웠는데. 그 뒤로는 섬에 갇힌 느낌이다. 스스로 감금시켰다고 해야하나. 전에 감옥이 예술가들에게 좋은 작업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티비에서 봤는데 혼자 온 코타키나발루도 그에 못지 않게 좋은 공간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코코넛.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기념으로 하나 사 먹었다. 그나저나 BGM을 너무 무시무시한걸로 한건 아닌가...

와.. 대낮에 심장이 얼어붙는줄 알았다




조촐한 내 짐. 혼자여도 돗자리는 크면 클 수록 좋다는 것을 알았다. 집이랑 똑같은건가.





집에 갑시다
팁
입장해서 왼쪽과 오른쪽에 비치가 있는데 왼쪽은 선탠하기 좋으며 모래로 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돌과 풀밭이라 선탠하기는 좀 어렵지만 스노쿨링하기 더 좋은 바다가 있다.
마누칸섬과 사피섬을 한 번에 다 가는 투어가 있다. 둘 다 가는 것보다 가격도 싸다. 하지만 두 섬이 비슷하므로 한 곳에만 가는 것도 상관없다. 하나든 두 개든 혼자가면 심심해서 멍때리다 지친다.
혼자가면 짐이 문제인데 주변에 한국사람 중국사람 필리핀사람 각 동네 사람들이 다 끼리끼리 있는데 슬쩍 가서 짐 좀 둬도 되냐고 그냥 물어보면 다들 쿨하게 오케이 해준다. 도둑도 없어 보여서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다.
혼자간다면 12시 넘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최대한 잠깐 있다가 오는 방법을 고민해봐야한다. 이 섬에서 네 다섯시간 혼자 있는건 진짜 혼자 놀기 마스터 정도가 아니라 세계 선수권 우승자 정도 되야 한다.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제셀톤 포인트 이동 RM 13
- 물 RM 3.4
- 사피섬 배 값 RM 30
- 사피섬 입장료 RM 10
- 코코넛 RM 15
- 숙소로 이동 RM 14
- 저녁 미마막 RM 19.1
- 과일 샐러드 RM 17.5
하루 쓴 비용 : RM 122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720.41